들판 한켠에 잔잔한 소리가 들린다. 부드러운 소리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뗀다.

무슨 급한일이 있는걸까. 들뜬 발걸음과 육중한 몸짓이 자칫 어색하기도 하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들판 구석에 맑은 개울이 흐르고 있다.

차디찬 개울에 거칠고 부르튼 발을 내 딛는다. 개울의 차디찬 물에

이미 충분히 익숙한듯한 투로 다음발을 내딛고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한다..

 

발사이로 뒤틀려 올라온 진흙속에서 익숙한 솜씨로 자신의 두터운 손으로 이리저리

걷어내며 알수없는 행위를시작한다. 그리고는 그것의 일부를 나머지 한손의 깡통속에

소중히 옮겨 담고는 바구니에 집어 넣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

 

그녀의 거친손과 깊은 주름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는 그녀의 적지않은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칙칙하고 구겨질대로 구겨진 옷과 더러운 이물이 묻어있는

앞치마로 그녀의 신분을 대충은 알수 있다.

저 늙고 엉클어진 그녀가 영화의 주인공이며 천재 여류화가 '세라핀'이다.

 

상리스의 세라핀이라고 불리운 천재 여류화가의 비운을 그린 이 영화.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무려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세라핀>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 등

총 7개 부문을 석권하였다. 그 세라핀을 스크린으로 볼수 있었던건 나에게 분명 행운이었다.

이야기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어 본다.

 

파리의 북동쪽의 작은 마을 샹리스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 초반부에는 1900년대 초 귀족집의 허드렛일과 청소를 하며 겨우 하루하루 끼니를

떼워가는 세라핀을 묘사한다. 그녀의 손톱에 낀 때와 지저분한 앞치마..

엉클어진 머리와 천시받는 그녀를 보며 현시대의 시점에서 볼때는

상당히 불우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남 모르는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그림을 그리는것이었다.

아니 이것은 재능이라기 보다는 노력일수도 있다. 그녀는 땔감을 살돈이나

집세마저 모두다 털어 그림을 그리는데 투자했다. 그것도 모잘라 고기집에서

허드랫일을 하며 짐승의 피를 조금씩 가져오고 성당의 촛농까지도 몰래

가져오는가 하면 서두에 밝혔듯 개울을 뒤져 좋은 진흙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림은 그녀에게 유일한 탈출구이자 자신의 세상을 향한 시선을

자유롭게 펼칠수 있는 단 하나의 자유였다. 그런 그녀의 그림을

누구도 알아봐주진 않았지만 그녀는 꾸준히 작업을 해 나간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피카소와 루소를 발굴해낼정도로 인정받고 뛰어난 미술 평론가인

"빌헬름 우데"의 눈에 우연치 않게 띄게 된것이다.

사물에 대한 남다른 해석과 뛰어난 표현력 그리고 비범한

질감처리로 단번에 남자를 매료시켜 버리고..

그녀가 그렸던 그림 대부분을 사버린다..

 

빌헬름 우데로 인해 새로운 화가인생을 시작한 세라핀은

자신의 재능을 점점 날카롭고 폭넓게 확장시켜 나간다.

세라핀에게 자연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다.

 

하찮은 나무조차 그녀에게는 대화상대였으며

나뭇잎 하나의 열정을 그녀는 가슴속으로 깊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그녀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수 없는 나무의 이미지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마치 그녀가 다른이가 보기에 하찮은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에 품고있는 남다른 감정과 풍부한 열정을 담고 있는것과 같이

나뭇잎 하나하나의 삶에 대한 열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낸다.

그 결과 그녀의 그림에서 나뭇잎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뛰어난 생동감과 전혀 있을수 없는 붉은 계통의 강렬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나뭇잎 하나하나의 감정이 각기 다르게 표현하며

열매와 꽃 그리고 그것을 잇는 가지까지 비범하기 그지 없다.

 

그녀의 세상을 보는 비범한 시선은 결국 끝없이 펼쳐나가

어느새 광기로 혼합되었고, 그 결과 비참한 인생의 말로를

걷는 시발점이 된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엇나간 광기 그리고 끝없이 펼쳐나가는

그녀의 재능을 차분히 그리고 담담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지구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는 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자신을 되돌아 볼만한 영화다.

 

 

 






  1. FROSTEYe 2009/06/10 11:22 답글수정삭제

    다음 뷰 추천은 많은데 댓글은 하나도 없네요;;;

    릴레이 참여를 구걸하러 왔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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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怪獸王 2009/06/15 19:20 답글수정삭제

    그림 한 번 끝내주는군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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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electronic cigarette review 2010/02/08 11:36 답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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