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초한 푸른색의 숲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넓은 들판이 보인다.
넓은 들판에는 또렷한 빛깔이라곤 없는 연한연두..
그리고 갈색빛갈의 이름모를 풀잎들만 가득하다.
그리고 몇차레 바람이 풀잎으로 손사레를
치는듯 하더니.. 어느 여자가 들어선다.
세월의 깊이를 가늠할만한 깊은 주름과
촛점없는 눈빛.. 오육십세는 되었을까..
한걸음 한걸음 힘없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풀잎들의 키
높이를 재듯
두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천천히 걸음을뗀다..
그리곤 허공을
바라보며 이쪽.. 그리고 저쪽을 보더니
알수 없는 야릇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순간 이쪽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팔과 어깨를 비틀기
시작한다.
멍한 표정을 한채 흡사 춤인지 몸부림인지 알수 없는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다..
이쪽을 보고는 야릇한 미소를 띄기도 하고 저쪽을 보고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울그락 불그락 하는 표정으로 막춤을
춰 대기 시작한다..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녀의 깊은 슬픔을 가진듯한
눈을보면 마음대로 웃을수도 없다.
무슨 사연일까... 영문도 모른채 관객들은 그렇게 그녀의
춤사위에 빠져들어간다..
영화 마더는 그렇게 시작된다.
천지창조 이후 사랑한다고 고백해서
여자에게 목졸려 죽은 남자는 없다.
이 말은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
J.C 플로리앙이 남긴말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피난처는 어머니의 품속이다.
내가 봉준호의 영화 마더를
보고 난 느낌은 마치 플로리앙의 말을 부연설명하는 듯 했다.
분명 모정을
설명하는 말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플로리앙의 말을 고집하며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인물 하나하나, 그리고 사건을 차례 차례 배치시킨다.
이
영화는 평범하고 제도선에서 한발치 물러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면의 사건들을 보는 순간 평범한 사람들이 아님을 알게된다.
평범한 사람들속의
비범한 사연들. 그리고 비밀. 단 하나의 발단으로 그 모든것은
엉켜버리고 각자의
삶이 뒤틀려 버리기 시작하는것을 차분하게 조명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부터 카메라는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움직이며 장면을
깨끗히 지우개로 지우듯
하나하나 관객의 무의식속에 장면을 집어 넣는다.
하지만 그 차분함도 잠시. 누구도
예상할수 없는 분노한 '마더' 가 나서는 순간..
정적이고 충분히 예상가능한
형태로 움직이던 카메라 앵글은
순식간에 뒤틀려 버리고 다이나믹하게 움직여대는 마더를 쫓기위해
이리저리 채여 다니기 시작한다. 관객들의 호흡소리도 가빠지기 시작하는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살인사건. 인터넷에 뜨는 한 두줄의 사건사고들.
그 기사로는 어떠한 감정도 느낄수 없을만큼 감정이 무딘 사회이지만,
영화속 그 상황을 간접경험하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섰을때의 그 충격과 분노..
그리고 억울함을 마더의 어깨뒤에서. 그리고 그 표정을 비추어 가며
혜자의 심장박동소리와
관객의 그것을 일치시켜 나간다..
마치 마술사로서의 트레이닝이라도 시작한걸까. 봉준호 감독은..
같은 종류의 사건을 두세개씩 배치시켜 흐트림없는 복선과 리듬감을 살려
처음엔
약한 충격.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을때 쯔음 강렬한 인상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마치 마술사에게 겨우 이정도야 라며 실망할때쯤
더 큰 마술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 잡는것처럼.
또 하나하나 조각조각을 내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장면들과 사건들을
관객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뒤 한참후 그것들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상상속 현실의 중압감은 광기로 혼합되어 관객을 큰 충격에 빠트린다.
적절하게 맺고 끊는 사운드와 실감나는 '마더'의 연기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김도준의 행동과 표정으로
어쩌면 어이없을수도 있는 감정을 느끼며 차례차례 영화에
동화되어 간다.
이것은 어떠한 그래픽적 효과로 표현할수
없는.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수 있는 공포, 불안감을 재현해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 또한 언제 저렇게 삶이 뒤틀려 버릴지 모르는..
또는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흔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감을
현실감있게 가슴속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공포를 잊고 일상을 영위할수 있게 하는
망각에 대한
원천적인 죄의식에 대해 짙게 파고들며
관객들로 하여금 두가지 반응을 일으킨다.
참을수 없는 혐오감을 발동시키거나.
또는 그 망각을 이해하며 자신의 삶을
투영시키거나.
현실적으로 받아들일수 없는 어머니의 충격적인 모정을 조명하며
플로리앙의
모정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피신처라는 말을 증명하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그 짙은 모정의 광기어린 냄새가 아직도 풍기는듯 하다.























































